공부와 취준의 갈림길에서

Son esprit 2014. 12. 4. 01:33


Photo by 하작가 



또 다시 그 갈림길에 서 있다. 공부를 계속할 것이냐 취업준비를 할 것이냐.


내가 대학원을 선택했던 건 정말 공부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. 언어학, 그리고 프로그래밍에 관심 있었던 건 사실이다. 그런데 인정하기는 싫지만, 내가 공부하고 싶었던 제일 큰 이유는 프랑스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 든다. 프랑스로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갈 구실로 공부를 선택했던 게 아닌가 싶다.


어쨌거나 나는 내가 공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서 내가 왜 공부를 해야되는지, 그리고 그게 왜 하필이면 언어학인지,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 논리정연하게 정리해서 5장이나 되는 편지를 직접 손으로 써서 부모님께 드렸었다. 그렇게 부모님을 겨우 설득하고 프랑스 학교로부터 합격 소식도 받았었지만 부모님께서 갑자기 반대하신 바람에 한 순간에 없던 일로 되버렸다. 대신 모교 대학원에 가게 되었지만 또 입학하자마자 온 가족이 공부 그만두고 취업 준비하라고 매섭게 달려들었다.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넘쳐야하는 대학원 첫 학기에, 내 정신은 그렇게 이미 너덜너덜해졌다. 


그래서 그런가? 대학원생이 공부는 안하고 자꾸만 다른 길로 셌다. 내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과외 준비나 열심히 해가고, 방학 때는 아침저녁으로 수영하고 최근에는 또 사진 찍기 시작하고.. 솔직히 말하자면 이 일들이 더 즐겁고, 이 일들과 이 일들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나는 치유되는 것 같다. 그래서 한국이 좋아졌고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예전같진 않다.



그렇다고 대학원에 온 게 절대 후회되는 건 아니다. 물론 공부를 많이 안한 건 후회되지만 여러 조교 업무들을 하면서 정말 많은 걸 경험했고 또 배웠다. 웃기는 소리지만 내가 봐도 나 좀 똘똘해진 거 같다. 등록금도 내가 마련해서 학교 다닌 게 뿌듯하고 따뜻하신 우리 과 교수님들과도 가까워졌다. 특히 1학년 때 세미나 교수님으로 만나 대학원 와서까지 나를 맡게되신 우리 지도교수님. 너무나도 좋으신 분이고 덕분에 다른 대학원생들에 비해서 정말 편하고 인간답게 생활할 수 있었다. 오히려 내가 공부를 안해서 너무 죄송스럽다.


문제는 이제는 더이상 예전같이 공부를 좋아하던 내가 아니라는거, 그리고 정신적으로 벌써 지쳐버렸다는거.. 그래서 빨리 이 생활을 접고 취업 준비를 해야되는건가 싶기도 하다. 고민 끝에 그저께 분명히 난 공부를 그만두고 취업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했었다. 그런데 내가 선택했던 길을 놓아버리고 부모님의 뜻을 따르는 게 마치 내가 진 것만 같아서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다. 오랫만에 서럽게 울기까지 했다. 그리고는 수업 시간에 할 발표 준비를 하는데 내 마음이 또 다시 흔들렸다. 특히나 쓰고 싶은 논문 주제도 슬슬 자리 잡힐 것 같은 시점에서 말이다. 



'무슨 여자애가 왜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냐? 편하게 취집이나 해!'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. 솔직히 힘들때면 가끔은 나도 잘난 남자 만나 가정을 꾸리면서 내가 하고 싶은 미술, 운동, 아니면 요리나 하면서 살고 싶다라는 허황된 생각이 들 때도 있다. 요즘에는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된다. 그냥 공부하지 말고 일하면서 내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취미를 눈치 안보면서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하고 말이다. 그런데 취업, 그거는 뭐 그냥 되나요? 특히나 요즘같이 취업하기 힘든 시대에.


또 한편으로는 남들처럼 졸업하자마자 회사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남들이 많이 선택하지 않는 분야를 깊이 파고 들어서 나중에 전문적으로 일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. 부모님이나 주변에서는 그래서 박사까지 하고 나면 뭐 먹고 살거냐고 물어보신다. 당장 내일도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데 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? 그냥 공부하다보면 이런저런 사람도 만나고 이런저런 일도 생기고 그러다보면 어떤 길이 있지 않을까요? 하지만 우리 부모님 사고방식으로는 이런 내 생각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신다.



공부 그리고 취업 준비의 갈림길에서 가족들이 나를 또 짓밟아 버릴까봐 무섭다.




'Son esprit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la dépendance affective  (0) 2015.03.01
Je suis accro à...  (0) 2015.01.15
A WARM HUG NEEDED  (0) 2014.12.20
공부와 취준의 갈림길에서  (0) 2014.12.04
다시 시작  (2) 2014.11.27
그중에 그대를 만나  (2) 2014.11.24